선천적 청각장애인 인구가 많아 섬 주민 모두가 수어를 구사했던 19세기 마서스비니어드섬. 이곳에서는 농인과 청인의 구분이 두드러지지 않고,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너의 목소리를 보여 줘》는 농인 작가 앤 클레어 르조트가 실존했던 이 섬의 농공동체에 영감을 받아 쓴 역사소설로, 청각장애 소녀 메리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자기 자신과 이웃의 존엄을 지켜 내는 여정을 담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저자는 “농인에게도 자랑스러운 문화와 역사가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며 마서스비니어드섬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자신감과 호기심이 넘치는 소녀 메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고 공상을 즐기는 모습이 ‘빨간 머리 앤’을 연상케 하는 메리는 단짝 낸시와 여러 모험을 감행하고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며 긴장감 넘치는 활극을 이어 간다. 그 과정에서 메리는 슬픔, 절망, 환멸과 같이 처음 겪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감정을 마주하고 성장해 간다.
한편 이 소설은 해방 노예나 아메리카 원주민,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 등 마서스비니어드섬에서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존재들을 조명해 복잡하게 얽힌 차별의 문제를 함께 다룬다. 19세기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비장애인중심주의, 인종차별 등에 관한 날카로운 성찰을 전하며, 우리 안에도 존재할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도록 한다. ‘무엇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농인 당사자가 쓴 소설이기에 농인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하고 사유하며 표현하는지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큰 매력 중 하나다. 등장인물들이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 또한 섬세히 묘사되어 수어가 지닌 복잡성과 풍부한 표현력을 보여 준다. 이에 미국도서관협회가 장애 경험을 예술적으로 승화 및 표현한 어린이‧청소년 책에 수여하는 슈나이더 패밀리 도서상(2021년)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NPR(미국공영라디오방송), 커커스 리뷰, 스쿨라이브러리저널 등 각종 기관 및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수많은 독자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